보고 또 배우자 9

'내 새끼 지상주의'의 파탄

[김훈 특별기고]'내 새끼 지상주의'의 파탄…공교육과 그가 죽었다 | 중앙일보지난달 29일 오후 2시에 전국 교사 3만여 명이 서울 광화문 앞 거리에 모여서 ‘교육권 보장’을 외쳤고, ‘악성 민원’에 시달리고 짓밟히는 교육자의 고통을 호소했다. 교사들이 자신들의 집회www.joongang.co.kr일요일 아침, 친구가 카카오톡으로 보내준 김훈 소설가의 특별기고를 읽으며 무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기자 노릇하기의 어려움을 생각했다. 얼마나 더 깊이 생각하고 더 많이 공부해야 고통받는 사람들의 심연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걸까. 그리고 기자로서 통찰을 제시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항상 절망 속에서 희망을 말한다. 그래서 집단지성과 시민은 위대하다. 기자의 일은 매우 어렵지만, 사실 할 일은 간단하다. '..

불청객

아파트에 살면 가끔 에어컨 실외기와 베란다 창 사이 조그만 틈에 비둘기나 까치가 둥지를 짓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어느 날 오후, 베란다에 나가보니 우리 집 에어컨 실외기 틈에도 길고 얇은 나뭇가지 대여섯 개가 쌓여있었다. 까치 한 쌍이 나뭇가지를 날라다 놓은 것이다. 처음 보는 광경이라 신기하기도 하고, 까치는 길조라 기분이 좋았다. 이 자리가 안전하고 포근하다고 여겼나 보다, 내일이면 새가 둥지를 완성하겠거니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고는 깜빡 잊고 밤을 지냈다. 다음 날 아침, 다시 베란다에 나가 까치집 공사현장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어제 까치가 쌓아놓은 나뭇가지는 온데간데없고, 그 틈 사이에 빨간 노끈이 묶여 있었다. 아빠가 둥지를 짓지 못하도록 조처를 한 것이다. 엄마와 나는 새끼만 낳고 떠날 건데..

개 같은 인생

청주 외할머니댁 앞마당에 사는 개 흰둥이를 친척 어른들은 '개 같지 않은 개'라고 말한다. 무슨 말인가 하니 흰둥이는 다른 개들처럼 잘 짖지도 않을뿐더러 사람이 오면 숨어버린다고 한다. 참 내성적인 개다. 그런 개도 있나 싶어 얘기를 계속 들어봤다. 외할머니댁 앞마당에는, 지금은 소를 키우지 않지만, 옛날에 소 두 마리를 키우던 작은 외양간이 있다. 오 년 전 흰둥이가 할머니 댁으로 온 후로 그 외양간에 묶여 한 번도 풀려난 적이 없다고 했다. 이모 말씀으론 ‘개가 밖에 안 다녀봐서 마을 지리도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개 같지 않아도 개는 개고 짐승은 짐승이다. 3년 전 흰둥이는 새끼를 다섯 마리 낳았는데, 지금은 한 마리만 살아남았다. 흰둥이가 새끼를 낳던 날은 아주 추운 겨울이었는데, 할머니가 흰둥..

한 사람의 역사가 한 줄 문장으로

2014년 7월 10일 씀 [기사비평] 남편은 보도연맹, 아들은 월남전, 나는 송전탑 남편은 보도연맹, 아들은 월남전, 나는 송전탑 [토요판] 이진순의 열림 밀양할매 김말해 www.hani.co.kr "역사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이다." 언젠가, 누군가 한 이 말을 수첩 속에 적어 두었다. 그러고는 이 글귀를 가슴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순간이 찾아오기를 기다렸다. 오늘, 신문에서 본 한 인터뷰 기사가 가슴을 무겁게 짓누른다. '밀양할매' 김말해 할머니는 자신의 인생을 책으로 쓰면 방 두 개를 채운다고 말했다. 일제 치하, 한국전쟁을 지나온 인생. 구구절절한 사연이야 얼마나 많겠나. 할머니의 이야기가 신문 한 면을 가득 채웠지만, 못다 한 말이 훨씬 많을 것이다. 할머니의 역사가 한 줄 문장으..

너에게 쓰는 편지

동구야 꽃이 지고 열매를 맺는 여름이야. 이 여름날 몇 년 만에 네가 나오는 영화를 다시 봤어. 원래 한번 본 영화는 다시 잘 안 보는데, 요즘 자꾸만 네 생각이 나더라고. 영화의 첫 장면은 네가 성전환 수술비 500만 원을 벌려고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하는 모습이었지. 그래, 넌 여자가 되고 싶은 소년이었어. 내가 보기에 너희 아버지가 너를 온전히 받아들이기까진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아. 아마 평생 너를 인정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너는 아버지 앞에 당당히 섰어. 빨간 립스틱 바르고 꽃무늬 원피스 입고 말했잖아. "아버지 보세요. 이게 바로 저에요!" 그러고는 아버지한테 흠씬 두들겨 맞았지. 왕년에 권투선수였던 네 아버지가 너의 배와 얼굴을 인정사정없이 후려칠 때, 넌 너무 많이 맞아 피를 토..

이웃의 윤리학을 위하여

귤 파는 리어카를 보면 귤이 먹고 싶다던 수연이가 떠오른다. 수연이는 유난히 먹을 것에 집착하는 아이였다. 몇 년 째 꽤 꾸준히 공부방에서 선생님을 하고 있다. 한없이 작고 모자란 선생이지만 이 일을 계속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첫째는 고등학생 때부터 대학생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진짜 선생님이 아니라 저소득층 아이들을 가르치는 봉사를 하는 대학생 말이다. 지금도 변함없지만 그때는 교육봉사가 대학생만이 누리는 특권이라고 생각했다. 대학생이 되면 하고 싶은 열 가지 안에 꼭 들어가는 일이었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나이가 되고 나서는 ‘나눔의 철학’을 마음에 품게 되었다. 열을 벌면 최소한 셋은 세상에 내놓으리라는 다짐을 했다. 그것은 단순히 물질뿐 아니라 재능과 시간을 포함했다. 몇 년째..

어느 하나 사연 없는 사람은 없기에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좋은 콘텐츠? 창작자 포용 공간 넓어야” 사장 송은이의 일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좋은 콘텐츠 창작자 포용 공간 넓어야 사장 송은이의 일 인생은 상황극... 비극 속에서도 웃는다 선한 영향력 에서 선한 스며듬으로 끝까지 사랑하고 소통하는 것의 힘, 보 biz.chosun.com 글쟁이로 살면서 내가 가장 쓰기 부담스러운 게 인터뷰 기사다. 정치부 때나 증권부에서도 인터뷰 기사를 많이 썼는데 내가 100% 만족하는 글은 없었던 것 같다. 송은이 배우의 말처럼 '이 지구에 평범한 사람은 하나도 없기에' 만나게 되는 모든 사람들이 다 다른 사연과 변수를 갖고 있기에 정형화된 공식을 갖고 대입해 활용하기가 어렵다. 숫자 가지고 쓰는 일상적인 경제부 기사야 1년 정도 공부하면 어느 정도는 단..

외모지상주의

필라테스에 빠진 19세 '피겨 왕자' 출처 https://sports.news.naver.com/news.nhn?oid=023&aid=0003526451 필라테스에 빠진 19세 '피겨 왕자' 얼음판 아닌 매트에서 땀흘려… 복싱과 힙합 댄스까지 배워 근력·지구력·리듬감 끌어올려 "올해 세계선수권 취소됐지만 2022년 베이징올림픽에서 4회전 점프 6개로 메달 도전" 지난 23일 피겨 선수 차준환(19)이 필라테스 훈련을 하는 서울 한 스튜디오에선 뜻밖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강사가 "더, 더"... sports.news.naver.com 지난 23일 피겨 선수 차준환(19)이 필라테스 훈련을 하는 서울 한 스튜디오에선 뜻밖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강사가 "더, 더" 하며 강도 높은 스트레칭을 주문하면, 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