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ace, Love & 5

인사이드아웃

인사이드아웃2에는 '불안'이란 캐릭터가 새로 등장한다. 어른이 되면 기쁨이 줄고, 때로 불안에 압도돼 실수를 하곤 한다. 바라는 것을 가지지 못할 것 같아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내가 원하는 것을 가지지 못할까 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도, 갑자기 사라질 것 같아 불안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함께하는 순간의 행복함을 온전히 즐기지 못했던 것 같다. 원하는 자리에 가려고, 꿈꾸던 이상을 펼치려고 노력하지만 안 되는 일이 많아진다. 모든 것이 이렇게 끝날까봐 불안한 마음이 커진다. 일기장 가득히 채워야 할 말들. 불안을 다스릴 것. 불안이 집어삼킨 나를 타인에게 보여주지 말 것. 아무에게도 상처 주지 말 것. 나를 사랑한다고 믿었던 사람을 믿을 것. 사랑하라. 나를 애틋하게 바라보는 사람을. 내가 ..

Peace, Love & 2024.06.24

강릉

행복이 뭐냐는 질문에 배우 최강희씨가 그러더라. '짧은 것'이라고. "잠깐 잠깐씩 계속, 평생 행복하자". 행복은 인생이란 고통 속에 잠깐 잠깐씩, 그러나 어쩌면 매일매일 찾아오는 짧은 것이란 걸 이제서야 깨닫는다. 인생이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필연이겠지만 한 사람의 운명은 필연도, 의도도 아님을 깨닫는다. 어떤 필사적인 노력도 아무 소용이 없어 그저 우연과 운에 기도할 수밖에 없는 시절이 누구에게나 한 번은 온다. 견뎌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너무나 힘든 시간들. 그래서 인간은 그저 겸손하고 침잠하면서 하루를 감사히 살아내야 한다. 지금의 고통과 외로움도 너라는 운명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행복이 왔을 때, 아 행복이 왔구나, 온 것임을 알아차릴 수 있길. 너가 그토록 바라던 일들이, 우주가 일으키는 우연과 ..

Peace, Love & 2024.01.24

YOGA

요즘 요가를 열심히 하고 있다. 어제 밤 요가원에 갔는데 선생님이 요가를 시작하기 전에 이런 질문을 던졌다. "요가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뭘까요?" 선생님의 뜻은 이거다 아사나(동작)를 화려하게 해내는 것도 물론 중요할 수 있지만, (그것은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 내 몸상태에서 어디까지 할지, 용기를 내볼지 아니면 더 가지 않고 여기까지만 선을 긋고 돌아가기를 결정하는 것. 내가 최선을 다해 극한까지 가지 않았다고 자신에게 화를 내거나 실망하는 일 따위를 하지 않는 것. 이것이 중요한 것이다. 인생도 그런 게 아닐까 싶었다. 내 앞에도 중요하게 결정하고 싶은 일이 있다. 누군가는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흘려보내는 것이 맞는다고 할 거다. 어떤 사람은 미련이 남는다면 용기를 내 질러보고, 되든 안 되든 ..

Peace, Love & 2023.06.14

사월에게

열두 달 중 가장 좋아하는 계절, 사월. 겨울은 지났지만 완전한 봄이 아닌, 그래서 무엇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고, 무슨 일이든 일어날 것만 같은 시간. 사월이 되면 많은 것이 변하리라고 생각했다. 만날 사람을 만나고 봄이 올 줄 알았다. 모두가 그랬다. 꽃 피는 봄이 오면 기다렸던 일이, 믿지 못할 일이 일어날 거라고. 한동안 쉬었던 운동을 다시 시작했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다. 언론재단 연구과제에도 선정돼 바랐던 공부를 할 수 있게 됐다. 운전 실력이 많이 늘었다. 오래전 소식이 끊겼던 사람에게서 연락이 왔고, 회사에서 시작한 새로운 프로젝트들을 잘 해냈다. 하루하루 감사하고 소중한 시간들로 채워졌고 시간은 매우 빠르게 흘러 나를 지금, 여기, 사월의 마지막 날로 데려왔다. 그런데. 밖엔 찬 바람이 ..

Peace, Love & 2023.04.30

어제는 하루 종일

어제는 하루 종일 아팠다. 그제 밤 체기가 있었는데 다 토해내고 괜찮아질 줄 알고 잠들었더니 아침에 더 심해졌다. 다 토하고 더 토해낼 게 없는데 계속 내 속을 아프게 했다. 출근해서도 일을 제대로 못 하고 아무것도 먹을 수 없는 상태로 하루를 송장처럼 보냈다. 내가 내 고통을 잊고 달래주려면 일찍 잠드는 수밖엔. 일어나 보니 오늘 아침이다. 그러곤 생각했다. 아무것도 먹지 못할 정도로 몸과 마음이 아팠던 건 오랜만이다. 아픈 건 나으면 괜찮아진다. 체한 거는 아무것도, 병도 아니다. 그저 내가 욕심내서 이렇게 됐다. 오늘 아침에 누가 추어탕을 사줬다. 이틀 만에 음식을 몸에 넣었는데 마음이 이상하다. 20대 때부터 기운 안 날 때 이거 먹으면 힘이 나더라. 억지로 힘내야 하는 날 혼자 먹는 소울푸드같은..

Peace, Love & 2023.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