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책

변신/프란츠 카프카

러빙빈센트 2024. 4. 20. 16:03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날 아침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이 흉측한 벌레로 변해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을 발견했다." 
 
프란츠 카프카의 대표작인 '변신'의 유명한 첫 문장.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첫 문장을 기억하고 싶어 기록해 봤다. 어렸을 때 읽었던 것 같은데 어른이 되어 다시 보니 완전히 새로웠다. 누구나 삶이 벽에 부닥칠 때, 흉측한 벌레가 된 것 같은 자신을 어쩌지 못할 때 있지 않나.
 
그리고 이 단편은 이런 문장으로 끝난다. "나들이의 목적지에 도착해서 딸이 맨 먼저 일어나 젊은 몸으로 기지개를 켜자 잠자 씨 부부는 그들의 새로운 꿈과 근사한 계획이 제대로 들어맞은 느낌이 들었다." 그레고르가 죽은 뒤 가족들이 평화로워진 모습에 대한 묘사로. 카프카는 이 결말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른 일과 작가 일을 병행하다 보니 소설에 집중할 수 없어 시간이 더 있었다면 다른 결말이 나왔을 거라 하는데.
 
만약 나라면, 흉측한 벌레가 됐던 내가 사람으로 다시 돌아와 인생의 깨달음을 얻고 전과는 다르게 즐기며 산다는 그런 흔한 삼류소설이 아니었을까. 어쩌면 사람들이 가장 바라는 모습이 그런 삼류소설 속 반전 같은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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