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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이야기들은 자석 같은 힘이 있었다

러빙빈센트 2019. 2. 24. 12:51
"아픈 이야기들은 자석 같은 힘이 있었다. 하나가 다른 하나를 끌어왔다. 세월호 생존 학생 연구가 천안함 생존장병 연구를 끌고 왔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에 대한 연구가 백화점·면세점 판매직 노동자에 대한 연구와 손해배상·가압류 노동자 연구로 이어졌고, 동성애·트렌스젠더 연구는 에이치아이브이(HIV) 낙인 연구 등으로 이어졌다. 연구하면서 한국 사회가 참 잔인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세월호 참사를 봤을 때 피해자를 대하는 태도나 정부와 언론의 대응, 지원의 방식 등 모든 측면에서 문제가 많았다."
"우리 사회가 피해자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하나의 패턴이 있다. '너만 힘드냐? 나는 더 힘들다.' 서로의 고통을 겨루는 '고통 올림픽'이 매일매일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타인의 고통에 대해 모두 공감해야 한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고통에 감정 이입하는 것이 정말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아니까. 다만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것, 자신이 던진 돌이 얼마나 아픈 돌인지 아는 것. 우리한테 부족한 것은 그런 것 같다. 공부를 하다 보면 그런 감수성을 아무런 진통 없이 확보한 사회는 없다. 더 나은 실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 교수는 스스로 '순발력으로 승부를 하는 캐릭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저는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언어를 모으는 성격이에요. 그래서 꼭 필요한 조언을 해주는 아내에게 모든 이야기를 먼저 해요. 주변에도 많이 물어요. 그렇게 해서 오랜 시간에 걸쳐 고민을 쌓아 올린 뒤에야 제 언어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요." (김승섭 고려대 교수, 한겨레 인터뷰 "타인의 고통 공감은 힘든 일...다만 함부로 말하진 말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