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도 자극적이고 엽기적인 범죄 행각에만 관심을 기울일 뿐 피해자의 목소리에는 귀 기울이지 않는다.
(기사 중에서)"
범죄 수사물을 좋아한다. 사건이 벌어진 뒤 범인을 잡는 과정을 따라가면 시간이 금방 간다. 요즘 TV프로그램이나 유튜브에서 그런 류의 채널이 늘어나고 있다. 이미 방송되거나 보도됐던 사건들이 재생산되고 반복되는 시스템. 나 역시 멍하니 그저 한 편의 영화를 본 듯 그렇게 소비하고 만다.
강력 범죄가 있으면 반드시 피해자가 있는 법인데, 피해자의 삶은 생각하지 않았다. 가해자를 욕하고 국민의 법감정에 못미치는 사법부 판결에 분노하며 그것으로 내 안의 정의가 살아 있음을 느낀다. 어쨋든 가해자는 감옥에 가고 한 사건의 종결과 함께 이 이야기도 끝난다. 살아남은 피해자나 유족들의 진창이 된 삶과 지워지지 않을 문신 같은 고통은 이야기되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건지도 모르겠다.
한국일보와 한겨레에서 잇따라 범죄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기사를 읽고 많은 생각을 했다. 기자라는 사람이 그저 범죄 수사물을 흥미로 즐기고 있었다니. 기자 선배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이 이야기도 나왔다. 우리 사회와 언론이 범죄를 너무 자극적으로만 다루고 피해자의 삶과 회복에 대해선 외면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선배가 말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아는 걸 두려워해. 알고 싶지 않은 거야." 사실 그렇다. 바로 내가 경험할 수도 있는 일임을 알기에 더 깊게 생각하고 싶지가 않다. 선배가 다시 말했다. "'더글로리'가 인기 있는 것도 학교폭력 현실을 알려서가 아니지. 사람들은 복수가 실현되는 것에 열광하는 거지." 정의구현이 이뤄지지 않았더라면, 더글로리의 문동은이 살아남아 부산돌려차기, 인천스토킹 살인, 바리캉 폭행 피해자와 가족들이 지금 그러는 것처럼 다시 일어서지 않았다면. 그러나 그렇게 살아남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피해자가 얼마나 될 것인가.
여전히 범죄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사실에 대해 많은 걸 증명해야 하는 현실이 아프다. 언론이 살아남은 피해자나 유족들의 삶을 더 조명한다면 그래서 피해 구제와 회복에 초점을 맞춘다면, 많은 것이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가 그런 고통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는가. 그렇지 않다고 해도 언론은 어떤 식으로든 문제를 제기하고 지속적으로 운전대를 자극적인 엽기범죄 보도에서 피해자 보호와 회복 쪽으로 돌릴 필요가 있을 거다. 김은숙 작가의 더글로리가 그랬듯, 똑똑한 방식으로.
"살아줘서 고맙다"...부산 돌려차기·인천 스토킹 살인·바리캉 폭행 피해자들이 똘똘 뭉쳤다 (naver.com)
"살아줘서 고맙다"...부산 돌려차기·인천 스토킹 살인·바리캉 폭행 피해자들이 똘똘 뭉쳤다
"전화로 '살아줘서 고맙다'라고 해서 처음엔 왜 고맙지 싶었죠. 그런데 인천 스토킹 살인 사건 유족이라는 얘기에 모든 게 달라졌어요. 제가 맞는 모습이 찍힌 CCTV를 찾느라 고생하는 부모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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