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ace, Love &

사월에게

러빙빈센트 2023. 4. 30. 13:52

열두 달 중 가장 좋아하는 계절, 사월. 겨울은 지났지만 완전한 봄이 아닌, 그래서 무엇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고, 무슨 일이든 일어날 것만 같은 시간. 사월이 되면 많은 것이 변하리라고 생각했다. 만날 사람을 만나고 봄이 올 줄 알았다. 모두가 그랬다. 꽃 피는 봄이 오면 기다렸던 일이, 믿지 못할 일이 일어날 거라고.
 
한동안 쉬었던 운동을 다시 시작했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다. 언론재단 연구과제에도 선정돼 바랐던 공부를 할 수 있게 됐다. 운전 실력이 많이 늘었다. 오래전 소식이 끊겼던 사람에게서 연락이 왔고, 회사에서 시작한 새로운 프로젝트들을 잘 해냈다. 하루하루 감사하고 소중한 시간들로 채워졌고 시간은 매우 빠르게 흘러 나를 지금, 여기, 사월의 마지막 날로 데려왔다.
 
그런데. 밖엔 찬 바람이 분다. 작년 사월도 이렇게 추웠나.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간절히 원했던 소망이 왜 그것이어서 텅 빈 마음을 채우지 못할까. 법정 스님의 말씀을 기도처럼 외울뿐. '사람이든 동물이든 재물이든 내 품 안에 내 마음속에서 내 손안에서 영원히 머무는 것은 하나도 없다. 헤어지는 것은 인연이 딱 거기까지이기 때문이다. 속상해 하거나 섭섭해하지 마라.'